신혼 단칸방 시절
한밤중 소란으로 잠을 깨어 밖을 살피니
집 주인 아주머니가 수돗가를 지저분하게 쓴다고 잔소리 하는 것을
마침 옥외 화장실에 갔다가 나오는 와이프가 듣고는
"당신은 어쩌다가 집을 하나 가졌느냐 고
이거 원 집 없는 사람 서러워서 접방 살이 하겠냐고"
싸움도 예사로 크게 붙은 게 아니었다.
사회생활을 전혀 해보지 않은 신부였기에, 봉급 외에는 무어가 있는지 몰라
떡값 김장값 보너스 등등 삥당 치기는 좋았지만 생활 곳곳에서 시행착오를 일으키는 데
얼른 돈 벌어 접방 살이 면하게 해 주겠다고 다독거리긴 했지만
이거 이번엔 그냥 넘어갈 것 같지가 않았다 .
담날 퇴근을 하니까
주인집 아저씨가 나를 좀 보잔다.
나보다 5살 위인 주인집 아저씨는 중학교만 졸업 맡고 살림밖에 모르는 아주머니와 달라서
대학을 나오고 시청에 다니는 분이었는데
"집은 어른이 사 주신 거고 쥐꼬리 봉급 공무원이 무슨 좋은 직장이냐“
고 하면서 셋방살이 하는 내 자존심 까지 신경써주던 이미지가 좋은 분이었다.
큰방에서
차를 같이 하면서 주인집 아저씨는
"우리는 그냥 웃고 넘깁시다 하하하"
하면서도
"신형도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애기도 테어날 거고
방 하나로는 좁을 텐데......"
하며 의미 있는 이야기를 했다.
아무래도 그래야 할 거 같다고 맞장구를 치고선
그 후 가까운 곳으로 주인과 같이 살지 않는, 두개짜리 접방을 얻어 이사를 갔는데
한마디로 6개월 이상 더 살았을 건데
새댁이 주인집 아줌마 한태 대어 들다가 시집 온지 5개월 만에 우린 쫓겨난 것이었다,
그러나 별로 감정이 없었던 것은
주인 아저씨의 평소 유연한 인품 덕이 아닌가 한다.
기분좋게 헤어져서 그런지 교우 관계가 좁은 집 주인 아줌마는 우리가 이사간 후로 와이프하고 더욱 친해져서
“쌔대기요" 하면서 전화 연락하여 시장도 같이 가고 서로 돈도 빌려주며 병원에도 같이 다니곤 했었다.
봉선화(봉숭아) / 박은옥 정태춘
떡값 김장값 보너스 등등 삥당
친것을 노부모님 용돈으로 한푼 드리지 안했습니다. 모두 창업준비한다고 기계연구하는데 전용했습니다. 내가 죽일넘이지 살면 얼마나 사신다고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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