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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 3반 부대표인 대구 경북대학 사대부속 고등학교 출신 급우가 내한테 와서 영공회 가입하라고 권했다. 영공회란 영남출신 공대생 모임 이란 뜻이지만 영남의 빅3 (경북고교, 경남고교, 부산고교) 를 제외한 나머지 영남에 있는 고교출신 서울공대 학생들의 모임이라는데
대구의 사대부고생 들이 주축인 향우회 성격의 동아리 인것 같았다.
공고출신이라 혈혈단신인 나를 찾아 주는 것만 해도 고마와서 난 흔쾌히 가입했는데 얼마후에 그 영공회에서 숙명여대생과 선후배 단체 미팅이있다고 같이 가자 하며 사대부고가 티켓을 하나 들고 왔다.
회비 500원을 내고 티켓을 구입하여 호기심으로 난 부대표인 사대부고를 따라 나섰는데 상대 여학생 그룹은 숙명여대 성악과 선후배 모임이었다.
일요일날 학교의 스쿨버스 한대를 전세내어 청량리 역에서 춮발하여 산정호수에 간다 했다. 출발지인 청량리 역앞에 도착했을 때는 먼저 도착한 영공회 선배들이 버스안에서 통기타로 에델바이스나 하얀 손수건등을 연주하면서 분위기를 띄우고 성악과 여학생들이 통기타 분위기에 같이 합류하면서 오늘의 미팅은 아주 근사하게 진행될 것 같은 설래임으로 모두들 가슴이 울렁거렸다.
3,4학년 선배들은 최대의 멋을 부린 정장차림으로 나왔고 1학년 남학생들은 교복을 입었으며 1학년 여학생들은 간편한 바지며 캐주얼 차림으로 나왔기 때문에 옷차림만 보고도 선후배를 구별 할수 있었다
먼저 남학생들이 탑승하여 좌석을 정하고 이어서 여학생들이 탑승하면서 가져온 티켓에 적힌 문학작품과 저자가 일치하는 상대 남학생 옆좌석으로 찾아가서 짝이 정해졌는데 각 학년 별로 짝이 정해지도록 티켓을 배정했나 보았다.
이른 봄의 낭만에 가슴설레이는 청춘들을 싣고 버스는 의정부 뒤를 거쳐 북으로 북으로 삼팔선을 넘어 갔다. 산위를 한참을 달리니까 갑자기 산정에서 폭포수가 쏟아지더니 더 놀라운것은 그 산정위에 백두산 천지 같은 호수가 맑게 우리를 반겨주고 있는 것이었다.
사회자의 리더로 여러가지 재미있는 게임과 상품들이 주어졌고 학년별로 둘러앉아 즐거운 식사시간이며 영공회 선후배들의 화기애애한 시간들은 숙명 여대생들이 함께 해서 더욱 빛나는 것 같았다.
돌아오는 귀가버스 안은 그야말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복학생들이 많았던 선배 커플들은 어디 신혼여행을 떠난 단체 관광버스 같은모습으로 서로를 위해주고 즐거운 하루가 되도록 배려해주는 모습에서 정말 최고 지성인 선배들의 미팅은 이런 거구나 하고 감탄 할만 했는데.......
그럼 나는 어떻게 되었냐구?? 출발할 때 케주얼 차림의 수수한 1학년 여학생들 중에서 탈렌트 같이 피부가 백옥같이 희고 늘씬한 청바지의 모습으로 눈에 확튀는 퀸카가 있었다.
고골리 뭐라 하며 적힌 티켓을 들고 창가 자리에서 파트너를 기다리고 있는 데 여학생 차례가 되어 탑승하는 퀸카의 티켓을 받아든 주최측은 고골리 티켓을 가진 사람을 찾는 것이었다. 내가 손을 번쩍 들긴 했는데 그 때부터 내 가슴은 쿵쿵뛰면서 긴장으로 온 몸이 굳어지기 시작했다. 난 원래 노래를 잘 못불러 초등학교 시절부터 노래잘하는 예쁜 여학생 앞에만 서면 존경심인지 거부감인지 묘한 스트레스가 일곤 했는데 그리고 난 통기타도 못치고 당시 유행하던 팝송하나 제대로 부를줄 아는 것이없었는데다 그날 진행되었던 여러게임에서 난 하나도 잘 하는 것이없어 나의 파트너 여학생 한테 선물 박스 하나도 안겨주지 못했다. (지금도 난 빙고 게임이란게 어떻게 하는 지 잘 모른다.)
무엇 하나 잘 하는게 없는 나와 짝이 된 것이 너무 한심했던지 말없이 묵묵히만 있던 그 퀸카 여학생이 나에게 가만히 말을 먼저 건넸다.
"영공회 란게 뭐에요?" "네 영남지방에서 고교 나온 공대생들의 모임...." "그기는 어느 고교 나왔는데요?" "경남공고..." "부산의 경남고등학교 나왔어요?" "아니 경남공고..." "............"
그게 끝이었다.
귀갓길 미팅 버스가 의정부로 들어서자 주최측 선배가 크게 외치고 있었다.
"이제 오늘의 미팅 축제도 헤어질 때가 다 되어갑니다 옆좌석의 파트너를 잘 구슬러 부디 멋진 에프터 미팅으로 연결시키기 바랍니다."
하늘을 봐야 별을 딴다 했던가?? 파트너가 옆좌석에 와야 구슬리던지 하지 텅빈 내 옆좌석으로 나의 파트너 그 퀸카 여학생은 끝끝내 와 주지 않았다.
참으로 우울 했다. 미팅에 다시는 참가 하지 않겠다고 다짐도 해보고 그저 아르바이트나 열심히 하여 도중하차 하지 않고 대학이나 무사히 졸업할 궁리나 해야 했다.
나의 첫 미팅은 그렇게 '쓸쓸히 끝이났다.
쓸쓸히 차창밖 만을 주시하는 나를 보고서 하는 말처럼
"멀리 영남의 고향을 떠나와 향수에 젖은 영공회 여러분을 위하여 망향을 불러 드리겠습니다." 하며 앞좌석에 일어서서 뒷자석의 우리들을 둘러보며 망향 가곡을 불러주던 성악과 4학년 선배의 복스럽던 모습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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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동선 작곡의 "망향"은 가사만 다른 "그리워" 로도 불리어 진다.
쓸쓸히 차창밖을 응시하고 있는
나의 텅 빈 옆좌석에
3학년 선배가 소주병을 들고 찾아왔다.
선배는 잘 생겼는 데다 값비싼 고급스러운 메이커 옷으로 품위있게 정장을 한 차림이었기에
첨에는 나처럼 외로운 후배를 위로해 주러 주최측 선배가 찾아온 줄로 알았다.
근데 선배도
너무 눈이 높거나 하여
그날의 미팅 파트너와 뭐가 안 맞아서 혼자 되었나 보았다.
그러고 보니
미팅 초보인 나도 그렇지만
선배 또래 미팅커플들이 즐거워 하는 모습을 보는 선배의 허탈감은 나보다 더 쓸쓸할 것 같았다.
우리둘은 차속에 남아있는 술과 안주를 모두 가져와서
벌컥벌컥 퍼마시며 혀 꼬부라진 소리로 서로를 위로 했다.
청량리 역에 하차 했을 때는
술에 곤드래가 되어 선배와 나는 서로 어깨동무를 하고 갈짓자 행군을 했는데
(미팅 차속에 술이 없었을 텐데?, 하차하여 술집에 들어가서 곤드레가 된것 같기도 하고???)
선배는 서울 생활을 하려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곳이 있다면서
청량리 역 가까이 있는 588 기지촌으로 날 델꼬 갔다.
근데
우리가 기지촌으로 들어가자마자
왠 손님인가 하고는
588 누나들이 벌떼 같이 몰려 나왔는데
어깨 동무를 하고 비틀 거리며 들어오는 학생 두 넘을 보자마자
우~~~
하고 야유가 터져 나왔다.
나도 놀랐지만 선배도 놀란 모양이었다.
어깨 동무를 풀고 선배는 588누나들 한테 정중히 신고를 했는데
선배의 고급스러운 정장차림이 돈푼깨나 있어 보였는지
누나들이 정색을 하고 선배를 븨아이피로 깍듯이 모시는게 아닌가?
그러고 보니 누나들의 거부 반응은
교복입은 나를 향하고 있었고
결국 어깨에 큼지막하게 붙어있는 공산당 마크 때문인 것 같았다.
춘희라는 소설이 생각났다.
불란서 작가 듀마 피스가 쓴 작품으로
기지촌 여성(창녀)의 사랑을 그린소설인데 세계적인 명작 문학작품으로 꼽힌다.
듀마 피스 자신이 창녀의 아들로 테어났으니까 춘희는 어머니의 사랑 이야기로 보면 되겠다.
아버지 알렉산드르 듀마도 삼총사 등을 지은 불란스의 유명한 대 문호인데
그러나 아버지는
비록 사랑하기는 했지만 창녀가 낳은 자식이라고 완강히 듀마 피스를 아들로 인정을 하지 않다가
듀마 피스가 유명인이 되자 그제사 아들로 인정을 해 주었다.한다.
588 누나들이 나에게 거부 반응을 보인것은
교복차림의 학생은 돈에 쪼달리는 것으로 보였을 것이고
견장으로 보아 순진파 아가씨만 울릴 것으로 경계를 하지 않았나 보았다.
588 누나들의 거부반응 때문에
할 수 없이 선배와 나는 기지촌을 쫒겨 나오지 않으면 안되었다.
전혀 예상치 않은 상황에
난감한 선배는 나를 끌고 이번에는 인근 술집으로 들어갔다.
막걸리 한 주전자를 시켜놓고는 술집 주인에게 선배가 뭐라고 이야길 하니까
술집 주인이 어디로 연락을 하여
이번에는 앳띈 아가씨 한명을 불러 주었다.
18세 '쯤으로 보이는 이 아가씨는
전혀 이 분위기에 어울리지 않는 교복만 입지 않았다 뿐이지
순수한 여고생이었고 아주 예뻣다
그리고
오빠 오빠하며 우리에게 귀엽게 정을 붙이는모습으로 볼때
사교력도 대단히 띄어난 예사 재원이 아니었다.
술집을 나온 우리는 아가씨를 가운데 두고 셋이서 팔짱을 끼고
밤이 깊어 인적이 끊겨가는 서울 밤거리를 조잘거리고
동요도 부르면서 흥겹게 걸었다.
이 사복입은 깜직한 여고생 때문에
미팅 파트너 여학생한테 툇짜를 맞고
588 누나들 한테 쫒겨 난 하루의 우울을
말끔히 씻어 버릴수 있었고
쓸쓸히 끝났을
첫 미팅의 밤이
선배와 여고생 때문에
아주 별난 기억의 밤이 될 것 같았다.
여고생과 손을 잡고 흔들면서
재미나게 조잘거리는 나를 보고
선배는 아주 신기한듯이
바라 보더니
호흡이 통하는 영공회 후배 한명을 만든것에 고무가 되었던지
혼자 쓰는 하숙방 키를 나에게 주는 것이었다
자긴 친구 집에 가서 자겠다고......
(집이 부유한 선배들은 고 학년이라도 기숙사에 들어가지 않고 혼자 하숙을 했었다)
근데
첫눈에 느꼈던 의문이지만
이렇게 티없이 고운 눈을 가진,
영혼이 맑은 이 여고생이
어떻게 그 곳에서 우리와 만나게 되었는 지.......
그래서 내가 그 청순한 여고생한테 몇마디
의문을 털어 놓자
"이 ㅆ ㅍ 별걸 다 물어보고 지랄이야"
하며
그 여고생은
입에서 험한 소리를 마구 내 뱉으면서
잡았던 내 손을 뿌리치고는
눈에 쌍심지를 키고서
공포영화의 악마로
돌변하여
나를 노려 보는 것이었다.
아니 이게 아닌데~~~
충격을 먹은 나는
조용히 선배에게 하숙방 키를 돌려주고는
선배와 여고생을 뒤로 하고
통금 사이렌 소리가 울려 퍼지는
뒷골목을 통하여 나의 하숙집으로 급히 도망질을 쳤다.
그렇게
첫미팅이 있었던 날은
나에게 일진이 유난히도 사나운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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