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이야기

불이야~~ 불!! / 난 꼬마 방화범 이었다.

신천대로 2010. 11. 3. 19:02

 

 

 

     

    채양에 옮아 붙은 불은

    삽시간에 큰 불기둥이 되어 지붕을 타고 오르는데

    순식간에 일어난, 내가 저지른 큰 재앙에 나는 울기부터 먼저 했고

    반송누나는 영문도 모른채 일어난 화마에 나를 업은 채로 사랑채 부엌에서 황급히 뛰어나가

    "불이야~~ "

    라고 외치는 게 고작이었다.

     

    내가 업을 띠로 반송누나 등에 업혀 있었을 때니까

    아마도 세살 정도 되었으리라 그리고 8년 연배인 누나는 11살 정도였고.....

     

    사랑채는 본채와 달라서  부엌 칸이 따로 없고 사랑채 온돌방에 불을 지피는, 소죽을 끓이는 아궁이가

    건물 옆에 붙어 있으므로 비가 맞지 않도록 채양을 달아내어 간이 부엌을 만들었는데 당시에는 주로

    밀짚을 엮어서 부엌을 만들었다.

     

    본채 부엌에서 어머니가 저녁을 지을 때쯤이면 사랑채 부엌에는 소죽을 끓이는 일이 같이 진행되었는데

    가마솥에 소여물을 넣어서 김이 푹 나도록 끓이곤 뚜껑을 열어서는 가래로 물이 끓고 있는 소죽을 골고루 뒤져서

    다시 푹 끓이고는 바가지로 퍼서 소 구시에 갖다 부으면 소는 입맛을 다시며 잘도 먹는데

    소죽 끓이는 일은 농한기에는 아버지가 맡아 하시지만 아버지가 들일을 가계시면 누나가 맡아 했나 본데

    누나는 소죽을 끓이면서 나 동생도 같이 보았나 보다.

     

     

     

    저녁 소죽을 끓이기 위하여 아궁이에 짚불 땐다고 정신이 없는 누나 등에 업혀서

     

    나는 어깨너머로 보이는 아궁이의 불길에 호기심이 발동했는데

     

    빨간 불길이 이글거리는 아궁이속에 밀짚을 집어넣으면

    첨에는 약간 연기가 나는가 하지만 곧 새로운 밀짚에 옮아 붙은 불은 붉은 화염을 내면서

    밀짚마다 붙은 불들이 가지런히 사이좋게 아궁이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다.

     

    호기심이 발동한 나는 나도 밀짚에 불을 붙여 보겠다고

    등 뒤의 채양에서 밀짚을 하나 빼어 들고는 누나가 새로운 밀짚을 추리기 위하여 어깨를 숙이는 순간

    채양에서 빼어든 밀짚으로 아궁이에서 불을 댕기곤

    불이 붙은 밀짚을 재미있게 바라보다가 뒤쪽의 채양에 불을 옮겨 봤는데

     

    처음은 그냥 꺼져 버렸으나

    두 번째 시도에서는 채양의 밀짚하나에 불이 옮아 붙고는 꺼질듯 꺼질듯 하다가

    성공을 하여 쾌재를 부르는 순간

    채양에 붙은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져서는 낭패가 난 것이었다.

     

     

    불길이 초가지붕을 덮치면서 연기가 치솟아 오르고

    누나의 비명을 들은 마을 사람이

    불이야~~ 라고 외치면서 온 마을을 누벼내려가자

    집에서 저녁을 준비하던 마을사람들은 물동이랑 기구들을 들고 연기가 치솟는 사랑채로 몰려들었다.

     

    들녘에 있던 마을 사람들도

    마을에서 치솟는 연기를 바라보고는 모두 하는 일을 그만두고 마을로 달려 들어와서는

    불꺼는데 합세를 했는데

     

    장정들 일부는 지붕에 올라가서 아직 불붙지 않은, 짚으로된 지붕을 걷어 내리고

    아낙들은 물동이로 연신 물을 길어나르면 일부장정들은 지붕으로 물을 끼얹고 하여

    겨우 석가래 까지 타는 것은 막아 내었는데

     

     

     

    정작 방화를 일으킨 나는 이웃집으로 피신을 하여

    "채양에 불이 붙을 때 빨리 훅 불어 꺼버릴 낀데...."

    하면서 빨리 대처하지 못한 나를 자책하며 훌쩍이는 것이 고작이었는데

    그때도 그랬고 그 후로도

    내가 놀랠까봐 그랬는지

    아버지나 어머니 어느 누구도 나의 방화를 뭐라 하시기는커녕

    그냥 포근히 안아주시던 기억밖에 없다

     

    나 대신 누님이 꾸중을 직사게 듣진 않으셨는지 물어봐야 겠다.

    기억이나 하고 계실런지 모르겠지만서두 ^^

 

 

이동원 & 박인수의 향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