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호 열차칸을 향하여 가방을 하나씩 들고 뛰는 우리 형제뒤를 호각소리가 휙휙 나면서 요원 몇 명이 따라 붙었다.
당시 서울 가는 차편은 장장 11시간이나 걸리는 통일호 열차편이 전부였고 지정석 없이 선착순으로 좌석이 배정 되었을 뿐만 아니라 항시 통로 입석까지 만원으로 운행 되었다. 차멀미를 지독히 하는 나로서는 좌석을 차지하지 못하여 서울까지 11시간을 서서 간다면 서울 도착하자마자 거의 초죽음에 이르러서 긴박하게 돌아가야 하는 서울 생활의 하루가 완전 아작날 것은 뻔한 노릇이었다.
그래서 동생과 나는 열차표 개찰 과정에서 무리수를 좀 강행하기로 했다. 큰 가방 두개를 동생한테 맡겨놓고 나 혼자서 서로 먼저 들어가기 위하여 아우성을 치며 아수라장이 된 개찰구를 한창인 젊은 나이의 용맹함으로 특공대식으로 뛰어 넘고는 울타리 밖 대합실의 동생으로 부터 가방 두개를 넘겨받아서 대기하고 있는 통일호 객차를 향하여 가는데 내가 하던 행동을 본 따서 동생도 특공대식으로 진입하여 바로 뒤따라 들어왔다
우리 두 형제는 일각이 급하다는 듯이 좋은 자리를 차지하기 위하여 객차를 향하여 들고 뛰기 시작했는데 상상도 못했던 방해꾼들이 우릴 따라 붙기 시작한 것이었다.
설마 우리보고 호각을 부는 건 아니겠지 하면서 쌩까고, 객차 승강대로 오르려 하는 순간 우릴 따라 붙은 말쑥한 신사 007 아저씨가 우리 앞을 가로 막아서서는
상의 안에 차고 있는 권총을 보이면서 자기의 수첩을 열어 보이는데 그기에는 빨간 줄이 두개 그어져 있는 007 살인면허증(권총을 발포 할 수 있다는 증)이 들어 있었다.
즉 여차하면 권총을 발포 할 수도 있으니까 조용히 자기들의 지시에 따라서 연행에 순순히 협조를 해 달라는 것이었고 그래서 동생과 나는 몇 명의 요원들에게 에워싸여 역 구내에 있는 지들 아지트로 끌려들어 갔다.
(기껏 새치기 경범죄 수준가지고 권총까지 들먹이다니 이건 뭐가 한창 잘못 돌아가는 것이......)
컨테이너 박스 같은 사무실에 들어서자마자 요원들은 우리가 든 가방을 바로 열어 재꼈는데 속에서 쏟아져 나온 물품들을 보자 요원들은 어안이 벙벙했는지 서로 쳐다보면서 입만 쫙 벌리고 눈만 꿈벅거리다가 이타저타 말도 없이 우리 둘을 버려두고 쏜살같이 개찰구를 향하여 다시 뛰어 가버리는 것이었다.
순간적으로 일어난 사태에 대하여 영문을 모르고 멍하니 서있는 우리한테 혼자 사무실을 지키는 요원이
"학생이구먼 근데 왜 그리 개찰과정에서 난폭하게 뛰어 들었지?" "서울 가는데요 제가 차멀미를 지독히 해서 좋은 좌석을 잡기 위하여 좀 서둘렀습니다." "그래도 그렇지 학생들이 질서를 지켜야지 그럼 쓰나.....빨리 가봐"
간단한 훈방으로 풀려난 우리가 객차에 탑승했을 때는 아직 좌석이 반이나 남아 있어서 무사히 창가의 좋은 좌석을 차지 할 수 있었고 동생은 내가 탄 열차가 떠나는 것을 보고 초량 집에 계신 어머니 한테 돌아갔다.
학교에서 배운 간첩 식별법이 생각났다. 요원들의 눈을 피하기 위하여 간첩들은 열차가 떠나기 직전에 서두르면서 개찰을 하여 열차로 뛰어 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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윗 글이
제가 제일 살고 싶어 했던 천혜의 도시, 부산과 멀어지는 마지막 장면이 되어 버렸습니다.
서울에 살면서 바다가 보고 싶을 때면 한강에 나갔으나 직성이 풀리지 않아 인천에도 자주 갔지만 부산만 하지 못하였고
그립던 고교 급우들과도 아스라히 얼굴들이 희미해져 갑니다.
동생은 학교를 제대로 나오지 못 했습니다
이 형을 믿고 부산에 내려 왔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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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blog.daum.net/81002/4158
울며 헤진 부산항-남 인수 (1940)
조 명암 작사 / 박 시춘 작곡
울며헤진 부산항을 돌아다 보는
연락선 난간 머리 흘러온 달빛
이별만은 어렵더라 이별만은 슬프더라
더구나 정들인 사람끼리 음~
달빛 아랜 허허 바다 파도만 치고
부산항 간곳 없는 검은 수평선
간곳만은 무정터라 이별만은 야속터라
더구나 못 잊을 사람끼리 음~
지금 흐르는 배경음악 울며 헤진 부산항은
원래 남 인수 노래지만 어느 아마추어가 취입하여 비 상업적이면 저작권을 묻지 않겠노라 해서 올렸는데
제법 잘 부르네요, 노래 출처는 밝혀 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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