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충의 나날

불충의 나날(11) / 아르바이트의 추억(3/4)/ 과외의 꽃, 고 2 그룹지도를 하다

신천대로 2017. 5. 3. 16:33

 

 

 

 

 

 

 

체력관리를 잘 해야

원하던 학업을 계속할 수 있다고

난 아침에 일어나면 가까이 있는 체육관에 들려 몸을 풀고는 돌아와

하숙집 아줌마가 차려 주는 아침을 먹었다.

 

 

체육관 사범은

태권도 4단으로 몸이 호리호리하게 잘 생긴 젊은 분이었는데

멋진 하얀 도복을 입고

이단 옆차기나 허공으로 돌려차기 시연을 할 때는

손연재가 리듬체조를 하는 것처럼 정말 환상적이었다.

 

나 같이 체력 관리하러 오는 사람들이 많았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사범과 나는 그렇게 친숙한 관계는 아니었는데

어느날 이런 저런 인사차 개인적으로 이야기 할 기회가 있었는데

그가 서울 문리대 2학년 선배란걸 알고는 깜짝 놀랐다.

그도 내가 공대 1학년이란걸 알고는

우리는 급격하게 친해졌다.

 

초등학교 때부터 체력관리 삼아 하던 태권도가

적성이 맞아 단수가 올라가니까 사범으로 발탁되어

왠만한 과외 교사 수입은 된다 했는 데

한창때인 우리 또래 들은 만났다 하면

최대 관심거리 화제는 당연 이성교재에 관한 것이였다.

원래 운동선수들은 시합나가면 따르는 아가씨들이 많다는데

이번에는 진짜 결혼까지 내다볼 멋진 여학생을 만났다 하며

아직 관계는 하지 않았지만

키스를 자연스럽게 나누는 사이까지 발전했다 했다.

 

사범은 대학을 졸업하고 군대를 갔다오면

외국에 나갈 것이라 했다

당시는 우리의 태권도가 세계로 뻗어 나갈때라서

한국의 태권도 유단자들이 외국에서 각광을 받는 시절이었다.

 

그러던 어느날

그 사범 선배가 나에게 과외지도를 좀 해 달라고 동생을 부탁하는 것이엇다.

동생이 고 2학년인데

친구들 모아서 5명 그룹으로 만들어 주겠다고.....

 

내가

동대문 시장 대저택의 부잣집 학생에게

여자 친구도 없는 공부밖에 모르는 형편없는 선생이라고 온갖 눈치를 받으며 과외를 하다가

고 2그룹 괴외로 옮긴 것은

자의반 타의반 이었고

사범 선배의 주선으로

난 아르바이트의 꽃 그룹과외를 접해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고2 그룹과외는 정말 재미있는 점이 많았다.

 

우선은 고 2가 사용하는 교재의 수준이 낮아서

미리 준비한다고 시간을 많이 빼앗길 필요가 없었고

우리 하숙방에서 과외를 하므로 과외하러 갔다오는 시간 낭비가 없어

과외하는 데 하루 2시간 남짓 밖에 소요가 안되므로

그야 말로 2시간 노동만으로 왠만한 직장인들 월급과 같은 수입을 올려

부유층 급우들  부럽지 않게 대학공부를 꾸준히 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었다.

 

그리고

3학년 과외는 입시가 끝나면 과외도 바로 끝나기 때문에

생계형 과외를 하는 나 경우엔 걱정이 많았는데

고 2는 그런 걱정이 없었을 뿐 아니라

유능한 과외 교사라고 입소문이 퍼지면

학생 1인당 부담이 적으므로 과외비를 올린다던지

학생수를 늘린다던지 하여 한달 과외수입을 높일 수 있는 여지가 많았다.

또한

그룹과외 경험을 토대로 학원 강사로 진출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사범 선배의 동생은

지 포함 남학생 3명과 여학생 2명을 데려왔다.

그 중

남학생 한명과 여학생 한명이 아주 단짝친구었는데

부모님들 끼리 절친이면서 거의 오누이 처럼 자랐던 모양이고

분위기 상으로는 장래 결혼까지 염두에 둔것 같았다.

 

그리고 그 단짝 여고생은 날엽한 몸매에다

성격도 깔끔하게 처신하므로

남학생 3명은 물론 나까지 그 여학생 비위 맞춘다고

모두들 신경을 무지 쓰게 되었다.

 

반면 친구 따라온 여학생은

예쁘면서도 약간 뚱뚱했는데

성격이 원만해서 분위기를 잘 중재해 주는 현모 양처형이었다.

 

난 이두 여학생에게서 대조적인 묘한 매력을 느꼈다,

날엽한 여성은 다정다감하므로 애인으로 더 적합하다고....

반면

결혼 상대자로는 다정다감만 해서는 가정에 풍파가 많을 우려가 있으므로

약간 뚱뚱한 여성이 현모양처형으로는 더 적합 할 것 같다고.....ㅎ ㅎ 

 

 

 

하숙방을 과외장소로 사용하므로

하숙비를 더 내더라도 독방을 써야 했었지만

곧 이어 내가 군에 가야할 사건이 터지는 바람에

아르바이트 자리를 못 구하여 노심초사하는 문수씨 한테

일주일에 3일간은 문수씨가 영어를 가르치도록 배려를 해 주다가

내가 군에 입대하면서

사범 선배의 동생들 고2 그룹 과외는 모두 문수씨 한테 물려 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동대문 시장에서 고3 

2명을 가르칠 때

공부에 열심이었던 시내의 목조건물 학생만 편애할 것이 아니라

비록 여학생 친구와 아기자기한 경험은 없었더라도

방황하는 동대문 시장 대저택 학생을 어떻게 도와 주지 못한 것이 못내 아쉽다.

나도 공부가 머리에 들어오지 않아

비싼 학원비 지불하면서도 황금같은 입시직전 2개월을 학원을 빼먹고 농땡이 칠 때가 있었는 데 말이다. ㅜㅜ

 

군에만 안 갔으면

고 2 그룹과외를 멋지게 운용하여

장안에서 인기 그룹 과외 교사로 함 명성을 날려 보는 건데......ㅋㅋ 

전체 과외 진도는 그냥 나가면서

5명의 학생 개개인에게 맞는 지도를 별개로 진행하여 동대문 시장 과외의 우를 다시 되풀이 말아야 할 것 같았고

가끔은 야외에 데리고 나가 필링도 시켜주면서

한창 사춘기인 그들에게

낭만적인 우정과 사랑의 추억을 만들어 주어

성인이 되고난 후에도 과외 시절이 그립고 과외 선생인 내가 생각나도록 해 주지 못하고 떠난 것이 아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