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이야기

비운에 사라져간 고향의 아기 사슴 21

신천대로 2012. 10. 2. 11:45

 

      어린 시절 우리가 살던 마을 뒤로는 큰 산이 병풍처럼 둘러져 있었습니다.

      명절이면

      그 산을 넘어 있는 운봉 마을로

      언제나 반갑게 맞아주는 제종고모님을 뵈오러 우리는 명절 나들이를 하곤 했습니다.

       

      시골 들판을 지나서 산기슭에 다다르면 산골짝이 나타나고 골짝을 따라 구불구불한 산길을  오르다 보면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산촌 마을들이 나타납니다.

      산 중턱에 위칙한 산간 마을을 훨씬 더 올라가면

      험준한 바위산이 나오는데 그 바위산을 가파르게 올라서 산을 넘는 재의 정상에 서노라면

      시원한 산바람이 불어와 땀을 시켜주면서 저 멀리 산 아래 올망졸망 보이는 마을들과 들판이며

      저 멀리 희미하게 보이는 낙동강 물줄기가 눈에 확 들어오는 시원한 광경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그 해 추석에도 제종 고모님 댁으로 추석 나들이 하러 

      우리들은 그 큰 산 중턱에 옹기종기 모여 있는 산간마을 돌담들을 지나 정상의 재를 향하여 제일 위쪽에 있는

      마지막 집 앞을 지날 때  우리는 이상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었습니다.

       

      마당에는 우리 또래의 남녀 어린이들 대여섯 명이 추석의 예쁜 옷을 입고는 팽이를 돌리거나

      고무줄놀이를 한다고 뛰고 굴리고 여념이 없었고

      옆에는 강아지들도 같이 깡총깡총 뛰어놀고 있었는데

      그 중 우리의 눈을 확 끄는 강아지 한 마리~~~

      아무리 봐도 어울려 놀던 강아지들 중 한 마리는 두 귀가 유난히 커다란 것이,

      분명 강아지가 아니었습니다.

       

      가는 길을 멈추고

      신기한 듯 쳐다보는 우리를 의식한 강아지들도 눈을 동그랗게 뜨고는 우리를 빨끔히 쳐다봤습니다.

      왠 사람들이 자기들을 주시하나 경계를 하면서 두 귀를 쫑긋 세우고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우리가 강아지들을 신기하게 주시하는 것을 보고는

      같이 놀던 초등학교 여학생이 고무줄놀이를 멈추면서 

      한 마리는 강아지가 아니고 산에서 놀러 내려온 아기 사슴이라고 설명을 해 주더군요

       

      후에 들은 이야기지만

      그 아기 사슴은

      우리 면에서 아주 유명한 화젯거리가 되어 있었는데.

       

      그 산간 마을에 사는, 군 제대한지 얼마 안 되던 덕이 형아가

      봄에 산간 보리밭에서 일하는 중에 밭에 내려온 애기 사슴을 호기심에 붙들어 집에 데려왔다가

      아직 엄마의 젖을 먹던 놈이라서 그런지 우유를 주니까 경계심 없이 쪽쪽 빨아먹는 것에

      정이 들어서 그만 비워둔 닭장 속에 넣어 키우게 되었답니다.

       

      근데 우유 값이 작난 아니게 많이 들어가니까

      집안 어른들의 반대가 만만치 않아서 할 수 없이 덕이 형아는 닭장 문을 열어

      아기 사슴을 산으로 돌려보냈는데

       

      자유를 찾아서 신나게 산으로 갔던 이 넘이

      형아 정을 못 잊어서  저녁이 되니까 마을로 내려와서는 지가 기거했던

      닭장 속으로 다시 들어가더랍니다.

       

      우리가 제종고모님 댁으로 추석나들이 하다가 아기 사슴을 본 것이

      이즈음 이었나 봅니다.

      낮에는 산에 가서 풀을 뜯어먹으며 놀거나 마을에서 강아지들과 어울려 놀다가

      밤이 되면 형아 찾아서 닭장 속에 들어가고

      그래서 아기 사슴은 우리 면에서 아주 인기 있는 넘이 되어

      형아를 따르는 애기사슴을 보러 일부러 멀리서 산간마을을 찾아오는 사람이 있을 정도였답니다.

       

       

      형아의 귀여움을 듬뿍 받으며 형아의 정을 못 잊어서 형아를 떠나지 못하고

      산간마을의 어린이들과 같이 지내는

      이 아름다운 이야기의 주인공 아기사슴은

      그해 겨울에

      그만

      이웃 마을에서 원정 나온 커다란 개한테  비운을 당해 버렸는데.

       

      쓰러진 아기사슴을 부둥켜안고

      덕이 형아는 그렇게 그렇게 울더랍니다.

       

      그 후 형아는 아기 사슴을  뒷산 양지 바른 곳에 고이 묻어 주었구요......

       

       

       
       

       

      가을 추수가 끝나고 농한기가 시작 되는 긴 겨울이 오면

      마을 어른들은 사랑방에 모여앉아서 구수한 옛이야기며 자라왔던 지난날 재미있었던 추억 이야기로 긴 밤을 지새웁니다.

       

      반면 한창 혈기 왕성할 형아 또래들은 젊은 시절의 멋진 추억을 만들기 위하여

      좀 더 신기하고 모험적인 일이 없나 숙덕거리다가 남의 집에서 고이 기른 닭을 훔쳐낼 닭서리를 공모하다가 들켜서

      어른들한테 곤욕을 치루는 추억을 만들거나

      월하의 공동묘지에 혼자 가서 말뚝 박고 돌아오기 내기를 하다가 귀신한테 혼쭐이 나는 추억을 만들기도 하지요.

       

       

      그날 밤도 형아 또래 악동들이 면사무소가 있는 마을 술집에 모여서

      오늘 밤도 호기심 만땅챙겨줄 어디 쓰릴있는 추억 만들 건수가 없을까 역적모의를 하고 있었습니다.

       

      "너거 그 소문 들었어?"

      "응, 덕이 사슴이 큰 개한테 물렸다 카데"

      "나도 들었어, 덕이가 그렇게 울더란다"

      "마자 덕이가 보통 애지중지하던 사슴이 아니었는데 말이야....ㅉㅉㅉ."

       

      "근데 말이야....."

      하면서 먼저 말을 꺼낸 악동 형아가 갑자기 말을 낮추며 모두를 머리를 맞대게 하고는

      남이 들을세라 귀 속말로

       

      "덕이가 죽은 사슴을 어디쯤 묻었는지 내 대략 알아 내었거등 ㅋㅋ"

      하자 머리를 맞댄 악동 형아들은 귀가 번쩍 뜨이는지

       

      "덕이가 알면 우리 맞아 죽을 건데"

      "그러니까 이 밤이 적격이지"

      "근데 이 밤에 과연 찾아내겠어?"

      "겨울산에 삽질한 흔적을 찾는 것은 식은 죽 먹기지 당장 준비하자"

       

      그리하여 삽이며 괭이로 중무장한 악동 형아들의 특공대가 조직되곤

      덕이형 마을 강아지들에게 들킬까봐 마을을 피하여 산등성이로 침투하였다는 이야기가.....

       

       

       

      야생동물 보호에 어느 선진국 못지 않게 애정을 쏟는 작금의 우리 네티즌 정서상

       

      이 이야기는 자칫 

      지금 70대에 들어선 고향 형님들을 비난하는 댓글이 따를까 여단이 되네요 ㅎㅎ.

       

      당시는 보릿고개를 넘기기 힘들었던 가난했던 시절

      식구들 몸보신하기 위하여 키우던 강아지까지 희생시키지 않으면 안 되었던 시절이었음을

      감안해서 읽어 주시기 바랍니다.

       

       

      명절이면 외할머니만큼이나 우리가 명절나들이를 좋아 했던 제종고모님

      그 분은 아버지의 6촌 누님으로

      그 분과 저의 양부님을 끝으로 대가 끊어 졌기 때문에 오촌 숙부님 한분과 제가

      그쪽 가계로 양자를 가게 되었습니다.

       

       

       

       

      흐르는 음악은

      - 김치경 동요 달맞이 나갑니다.

      달맞이(윤석중 요/홍난파 곡/김치경 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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