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창 친구들

나를 괴롭히던 낚시광 악동들

신천대로 2012. 9. 3. 02:37

 

 

 

 

 

1.낚시 1화

 

낚시광인 병기와 덕생이 두넘은

틈만 나면 나까지 낚시광으로 만들어 같이 델꼬 다니려고 악착같이 나를 괴롭히는 악동들이다.

 

휴일 날 집에서 늘어지게 디비자고 있는데 또 놈들이 쳐들어 왔다.

그 좋은 바닷가에 살면서 낚시의 재미도 모르고 잠만 디비잔다고......

날 억지로 바닷가에 끌고 나가서는

나를 위하여

지들이 지렁이 이깝을 바늘에 꽂아서 바다 물속에 집어 던져 놓고는 찌가 움직이는 것을 보고

입질하거등 잡아 당겨라 하면서 낚싯대 하나를 나에게 쥐어줬다.

그러구선

지들은 서로 더 큰 대어를 건지겠다고 목 좋은 바닷가를 찾아다니고 있었는데.....

 

근데 아무리 찌를 째려 봐도

물고기가 끌어당기는 지 파도에 찌가 일렁이는지 알 수가 없는 기라

낚싯대를 한참을 쥐고 있다가 슬슬 하품이 나와서 낚싯대를 들어 올려 봤는데

이건 뭣에 걸렸는지 도통 낚시 바늘이 올라와야 말이지.....

 

낚시 바늘이 뭣에 걸렸다는 나의 투정을 듣고

넘들이 다가와서 낚싯대를 추스려 보지만 뭣에 걸린 바늘이 지넘들이라고 별 수 있겟나

낚시 바늘이 올라오지 않으니까

"잡으라는 물고기는 잡지 않고 낚시 바늘만 버리게 생겼다"

카면서 투덜대더니 낚싯대를 집어 던지고 지들 일에만 열중 하러 갔다.

 

근데 그렇게 당겨도 꿈쩍을 않던 낚시 바늘이

낚싯대를 집어던져 놓으니까 찌가 막 움직이기 시작하는데....

찌가 바다 저 멀리로 도망가는 것을 보고 내가 급히 낚싯대를 잡아 당겨 들어 올리니까

옴메야~~ 이게 뭐징???

올라오는 낚싯대 저 끄트머리 바늘에는 커다란 뱀장어 한 마리가 요동을 치며

달려올라 오는 게 아니겠어요? ㅋㅋㅋ  

 

이깝을 덥석 문 순간 뱀장어는 위험을 감지하고 바위틈 속으로 숨었기 때문에

낚싯대를 아무리 당겨도 바늘이 안 올라오다가 풀어주니까 뱀장어가 낚시 바늘을 문채로

먼 바다로 도망을 갈려한 거겠지요.

 

 

드디어 내가 값비싼 대어를 한 마리 낚았다고 큰 소리를 치니까

변변한 대어 한 마리 낚지 못한 넘들이 쪽팔렸는지

 

"큰 뱀장어가 물어도 찌 하나 감지 못하여

낚시바늘만 버릴 뻔 했으면서 먼 큰소리냐"

 

고 오히려 핀잔만 주더군요.  ..........쌤통들!!

 

 

2.낚시 2화

 

병기와 덕생이 이넘들이

이번에는 지들이 열성회원으로 활약하는 낚시동우회..

그 동우회가 개최하는 울산 정자방파제 낚시대회에 나도 같이 참가해야 된다면서

억지로 날 동우회 관광버스에 집어 태웠다.

 

관광버스가 동우회 회원들을 가득 태우고 정자 방파제로 향할 동안

주최 측에서 오늘의 행사 시상규정에 대해서 설명이 있었는데

상은

대어상과 중량상으로 나누는데

대어는 돔 기준으로 가장 큰 넘을 낚은 회원 순으로 정하고

중량상은 크기는 관계없이 무게로 가장 많이 잡은 회원 순으로 정한다는데

 

방파제에 도착하자마자

넘들은 또한 나를 위하여 준비한 낚싯대 하나에

역시 지렁이 이깝을 지들이 꽂아서 나에게 쥐어 주고는

파도가 약한 방파제 안쪽에서 낚시를 연습하고 있으라면서

 

지들은 오늘의 대회 상을 휩쓸어서

그동안 갈고 닦은 지넘들의 실력을 공인된 대회에서 유감없이 나에게 보여주겠다고

큰소리 탕탕치면서

다른 대다수 낚시 회원들과 같이, 입질이 훨씬 활발하다는, 파도가 거친 방파제 바깥으로 달려 나갔다.

 

파도가 약한 방파제 안쪽에서

오늘도 커다란 뱀장어 한 마리 대어를 기대하면서 찌를 노려보지만

역시나 입질이 영 아니다.

 

근데 내 옆에서 낚시를 하는 부부 낚싯꾼은

신바람이 나서 어쩔 줄을 모른다.

남편은 열심히 낚시 바늘에 이깝을 끼워주기 바빴고

낚시를 하는 마누라는 남편이 이깝을 끼워준 낚싯대를

던지자마자 바로 입질을 하니까 물고기 건져 올리기에 바빴다.

 

그들 부부와는 달리 하품을 하고 있는 내가 보기에 딱했던지

남편이 와서는 내 낚싯대를 들어 보더니

여기는 청무시 보다는 홍무시가 잘 먹히는 곳이라면서

그들이 가지고 온 홍무시를 나누어 주고

바늘의 줄 굵기 호수가 여기에는 훨~~ 가는 것이 좋고

물고기 떼가 바닥 부근을 움직이는지 수면 부근으로 이동하는지를 알아서

낚시 추와 바늘과 찌의 위치를 정확히 맞추어 줘야 한다면서

나의 낚싯대 바늘과 추를 잘라 버리고 새로운 바늘과 추를 달아서 그들의 낚싯대와 똑같이 재조정 해주었다.

 

 

부산에 산다는 그들은

하도 낚시를 좋아하는 남편 때문에

일요과부라고 투정을 하는 마누라 등살에 결국 마누라도 같은 취미를 갖도록 만들기로 하다보니

이렇게 낚는 재미는 마누라한테 양보를 하고 남편은 이깝을 꽂아주는 시중꾼으로 전락했다고 허허 웃는다.

 

주말이면 오토바이 뒤에 마누라를 태우고 하도 동해바닷가를 누볐기 때문에

(참고로 당시는오토바이도 귀하던 시절이었음)

해안가 목이라카는 목의 사정은 훤하고

같은 목이라도 물때에 따라 고기의 이동깊이가 차이가 나기 때문에 아침 저녁으로

그기에 맞추어 낚시 바늘의 수중 높이를 정해줘야 한단다.

 

똑같이 바늘을 조정해준 그들 득분에

이제는 나도 똑같이 건져 올리기에 바쁜 능숙한 낚싯꾼이 되어갔다.

 

해가 서산을 기울 무렵

오늘은 파도가 너무 거칠어 낚시하기에 무리가 있는 날이어서

낚시 전문가 모두가 실적이 영 저조했다며 기야와 생이넘이 의기소침한 모습으로

나를 찾아 왔는데

그득히 고기망태에 담긴 고기를 보더니

그리고 연신 건져 올리는 나의 모습을  보고는

넘들은 입을 다물지를 못 했는데........

 

넘들의 추천으로

그러나 회원이 아니어서 주최 측으로 부터 중량 상 등급에선 제외 되었지만 참가 상을 획듯한 나에게

아무상도 받지 못한 놈들은

날 보고 참 희안하다면서 고개를 갸우뚱 거리는 것이, 지들이 생각해도 기가 찬 모양이었다. ㅋㅋ 메렁^^ 

 

 

 

 

 

 

파도가 넘 거칠면 고기들도 아마 멀미를 하지 않나 시퍼요

그래서 고기떼들이 파도가 약한 방파제 안쪽으로 모여 들었기 때문에

방파제 바깥쪽에서 낚시한 동우회 회원들에 비하여 상대적으로

부산부부낚시꾼과 제가 대박을 터뜨렸던 것 같습니다.

 

정자 방파제 옆으로는 물질하는 해녀들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가끔 해일이 닥쳐서 파도가 갑자기 거세어지는 날이면 바다에 익숙한 해녀들도 힘에 겨워 조난을 당하는데

해안에 대피한 해녀들이 발을 동동 구르며 미처 피하지 못한 동료의 구조를 외치기 때문에

어촌 청년들이 위험을 무릅쓰고 작은 쪽닥배로 노를 저으며 큰 파도를 뚫고 구조에 나서는

흐뭇한 광경도 자주 볼 수 있었답니다.

 

감수광

혜은이가 부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