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속 승진한 선배(공무 부서 과장)는 부산의 옛 인연으로 낙하산 인사라는 주위의 반발을 무릅쓰고 신입인 나를 노른자위 공무부서에 발령을 내렸는데.....
선배가 입사 동기들에 비해서 고속 승진하게 된 것은 유연한 인품으로 친화력이 뛰어나서 조직 내에 지인이 많기도 했지만 대학 동기의 도움과 끊임없는 개척자적인 그의 용기 때문이었다.
독일 지멘스에서 제작한 우리의 발전플랜트는 주요기기 고장이 나면 수개월이 걸려 독일의 지멘스에 가서 수리를 해 와야 되었기 때문에 발전에 차질이 많았다. 선배가 기계 공무계장을 담당하고 있을 때 대형 급수 펌프 샤프트에 문제가 벌어졌는데 당연히 배에 실어 독일까지 수리하러 보내어야 했다.
선배는 울산에 있는 대학교 동기들 정기 모임에 가서 저녁을 같이 하면서 이 이야기를 했다. 그때 한국비료에 근무하는 대학 동기가 그 이야기를 듣고
"샤프트 수리 하나 국내에서 해결 못 하여 독일까지 가다니.....ㅉㅉㅉ" 하면서 지가 해결해 주겠다고 나섰다
당시는 현대중공업이 태동하고 창원공단이 막 들어설 때 였으므로 아직은 우리나라에 발전플랜트 정도를 수리할 대형 기계 시설이 없었는데 비료나 생산하는 화학 공장에서 해결해 주겠다니까 선배도 어안이 벙벙했나 부다 선배가 대학 동기를 따라서 한국비료공장에 가보니까 공작기계 설비가 대단하더란다 원래 삼성에서 한국비료 공장을 지으면서 배나 차도 만들 요량으로 대형 공작기계 시설들을 도입했나 보았다.
그렇지만 문제는 잘 못되었을 때 발전 차질이 빚어진 책임문제가 대두되므로 당시로서는 그냥 시간이 걸려도 우리나라 발전플랜트 주요 메이커였던 미국의 제너릭일렉트릭이나 웨스팅하우스 독일의 지멘스등에 수리를 맡겨 버리는 것이 무난했기 때문에 구태여 위험을 무릅쓰고 국내에서 수리를 시도하는 일은 모두가 꺼리고 있었다. 자신만만한 한국비료공장 대학 동기의 대시와 선배의 개척자적인 용단으로 모든 책임을 질 각오를 하고 본사 간부들을 설득하여 당시 전무후무하게 발전플랜트 수리를 국내 기업체인 한국비료공장에 맡기게 되었다.
결과는 보기 좋게 성공을 하였다. 독일까지 배로 실어 나르는 왕복 운임이며 수개월간의 발전 차질이 빚어지는 시간 손실을 절약하고 우리의 국내 산업 시설로도 대형 발전플랜트 수리가 가능하다는 새로운 이정표를 남기는 쾌거를 기록했다. 그래서 선배는 비료공장의 대학 동기 때문에 한국전력 내에서 일약 유명인사가 되었고 한국비료공장 대학 동기는 대형 발전플랜트 수리 업무를 도맡아 놓고 수주하는 길을 개척함으로서 역시 한국비료공장 내에서 유명인사가 되어 고속승진을 했으리라
사진은 유럽에서 개발한 신개념 부유 식 바다의 풍력발전소 7세트의 발전기가 총 40메가와트를 생산하는데 물 위에 떠 있기 때문에 아무리 깊은 바다라도 설치가 가능하여 세계적으로 수요가 대단할 것으로 기대 된다네요 스웨덴의 헥사곤사 제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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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배의 낙하산 발령으로 내가 전기 공무 일을 맡고는
한해 한 번씩 두 달 정도 이루어지는 정기 보수 기간에 내가 발전기 해체 공사감독을 맡게 되었는데
우리 기술로는 자신이 없어 독일 기술자들을 초빙해 놓으니까
이 녀석들이 무지무지 게으름을 부리는 것이었다.
공구가 없니 뭐가 없니 하며 트집을 잡아
한 달이면 끝내고 돌아갈 일을 질질 끌어서는 전체공사가 끝나는 2개월 동안
톡톡히 벌어먹고 가겠다는 심보를 보였다.
큰 물건 하나 들어 옮기는 것도
기중기의 도르래 한 개로 번쩍 들어 옮기면 될 것을
장난하는 것도 아니고 기중기 도르래 두 개로 살살 가지고 놀면서
발전기 쿨러 궤짝 하나를 옮기는 데 한나절이 걸리는 것이었다.
보다 못한 내가
점심시간에 천정의 기중기 운전수와 둘이서 짜고
점심시간 독일 기술자들이 쉬고 있을 때 우리가 옮겨 놓기로 했다.
천정 기중기 운전사는 우리 직원이 아니고 용역에서 들어왔는데
여러 발전소 수리 업무를 많이 거쳤기 때문에 배테랑이었고 그는 나의 제의를 흔쾌히 받아들여
점심 휴식시간에 천정의 기중기 운전실로 올라가 주었다.
난 간단하게 도르래 하나에 발전기쿨러 궤짝을 매달고
천정의 기중기 운전사에게 들어 올리라는 신호를 보냈다.
운전수는 기중기를 천천히 감아 올렸고
그래서 간단하게 누워있던 큰 궤짝이 나의 의도대로 바닥에서 일어나 허공으로 번쩍 들리려는 찰나
큰 쿨러 궤짝은 갑자기 자기의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면서 반대쪽 모서리가 바닥을 쿵 하고 찍으려 하는 아찔한 순간이 연출되었다.
그러자 노련한 기중기 운전사가 급히 기중기를 위로 감아올리자
쿨러궤짝은 반대쪽 모서리가 바닥을 찍기 직전에 허공에 매달려 붕 뜨면서 그네를 탔고
그 소동으로 온 발전소 건물이 지진이 난 것처럼 강하게 진동을 치는 것이었다.
식은땀이 흘렀다.
만약 노련한 기중기 운전사가 임기응변으로 대처하지 못하고 쿨러궤짝이 반대편으로 넘어져서 귀퉁이가 바닥을 찍었더라면
파손된 발전기 쿨러를 수리하기 위하여 또 독일까지 배편으로 갔다 오는 동안 발전 차질이 빚어지고
나는 여기저기 불려 다녀야 될 것이었다.
무사히 쿨러 궤짝을 옮기고는 천정의 기중기 운전사가 내려와서 그랬다
자기도 도르래 한 개로는 이렇게 큰 중 공작물 운반을 별로 아니해봤기 때문에 혹시나 어떤 문제가 있지 않을까 반신반의하면서
만약을 미리 대비하였으므로 강한 출렁거림이 수반되자 바로 급상승을 시도하여 쿨러의 파손을 막았단다.
평소 아니하던 시도는 대단한 모험이다 발전플랜트 국내 수리를 처음 시도했던 선배가 더욱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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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나의 직속 전기공무계장이 당한 사고인데
새로운 분전반을 만들어
대 전류를 끌어오는 공사를 벌였는데 설계는 전기계장이 직접 하고
시공은 자체 전기 보수계에서 하기로 했다.
그런데 창고의 재고로 있던 굵은 전력 케이블이 설계 량에 좀 부족하여 전기 계장은 모자라는 부분의 케이블을
창고 재고로 많이 있던 가느다란 케이블 세 가닥으로 꼬아서 시공하도록 했다.
그런데 시공이 끝나고
전력을 공급하자 갑자기 시공한 케이블에서 대폭발이 일어나서 발전소에 화재가 발생하면서 비상정전 사태가 벌어졌다,
온 직원이 동원되어 소화기로 화재를 진압하고
사고의 원인을 분석하기 위하여 서울 본사에서 전문가들이 내려왔다.
그들이 분석한 사고 원인은
가느다란 케이블 세 가닥으로 용량을 키우는 바람에
교류전류가 서로 간섭을 일으켜서 다른 외가닥 전선으로 전류가 집중으로 몰려버렸고
그 굵은 외가닥 케이블이 비정상으로 몰려오는 대 전류를 수용하지 못하여 타버렸단다.
즉
가느다란 전력 케이블 세 가닥으로 용량을 키우는 문제는
대학교에서 배운 이론 정도 가지고는 해석이 안 되는 고차원적인 지식이 있어야 설계가 가능한 일이란다.
기술은 파고들수록 어렵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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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척자적인 모험으로 고속 승진한 선배이야기........
행여 이글이 작금 원자력 발전소 문제에 인용될까 두렵습니다.
일반 발전소와 원자력 발전소는 기술위험의 개념이 근본적으로 다릅니다.
선배나 우리들이 행한 새로운 시도가 잘못되었더라도 거의 경제적인 손실에 국한되며
설령 최악의 경우로 발전소가 폭발했다 하더라도 발전소 사람들만 다치면 끝납니다.
그러나 후쿠시마 원전사고에서 보다시피
원자력 발전소는 어떤 시도가 잘못되어 중대 사고로 연결되었을 때는
전쟁이 난 것처럼 발전소 일대는 쑥대밭으로 초토화가 되어
직원들뿐만 아니라
일대 수많은 주민들이 다치고 피난을 가야하며 국토의 일부가 수십 년 수백 년간 불모지가 되고
멀리 떨어진 우리나라까지 식탁 위에 오르는 생선을 마음 놓고 먹기에 두려운 상황이 됩니다.
경제를 계속 성장시켜야 하는 우리로서는 뾰족한 대안이 없어,
에너지-전력 생산을 당분간은 원자력발전소에 의존할 수밖에 없지만
후쿠시마 원전사고를 지금도 수습 못하여 일본이 쩔쩔매고 있는 것만 보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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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자력 발전소에서의 새로운 시도는 ............
정말 신중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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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경음악은 영화 대부의 os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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