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깊어 어둠이 짙게 깔린 시가지 검은별은 경찰에 쫓겨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이제 경찰은 쾌재를 부르면서 독안에 든 검은별을 향하여 권총을 겨누고는 두손을 들고 순순히 나오라고 외치면서 검은별을 향하여 한걸음 두걺음 다가 가고 있었다"
내가 손가락을 권총모양으로 만들어 겨누고는 교단위를 한걸음 두걸음 걸어나가자
떠들고 소음으로 아수라장이던 자습시간이 갑자기 조용해 지면서 80명의 급우들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권총 모양으로 겨눈 나의 손끝으로 모아지는 것이었다.
난 태어날 때 남보다 여러가지로 많이 모자라게 태어났는데 그중 하나가 남앞에 나서는 걸 싫어하고 말을 잘 못했다. 학교 생활을 통하여 나의 이 약점을 극복하고자 초등학교 5학년때 손세열 선생님 지도하에 교내 웅변대회에 출전을 했다.
그러나 난생처음 전교생이 주시하는 단상에 서 보니 다리는 후들 후들 떨리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하나도 생각이 안나서 무지 무지 창피만 당하고 내려와 버렸다....ㅜㅜ 결국 우리가 6학년이 되어 학교 대표로 군내 미술 서예 글짓기 등 예능대회에 출전 할때에 웅변만은 한해 아래인 5학년 원현수 후배를 웅변선수로 대동할 수 밖에 없었다.
중학교 들어가자 옆 교실 소음이 다들리는 목조건물속에서 80명이 콩나물 수업을 받게 되었는데 선생님들 결원이 생겨 자습이라도 하는 날이면 (4.19 직후의 어수선함 때문이었던지 그 때는 왜 그리도 선생님들 결원이 잦아 자습시간이 많았던지 모르겠다)
시끄럽게 떠드는 개구장이들 때문에 이웃반 수업이 안되어 이웃반 선생님들이 들어와서 누구 이야기 잘하는 사람을 교단에 세워서 이야기라면 사족을 못 쓰는 개구장이들을 좀 조용히 시키고자 했다.
나는 이 기회를 나의 약점을 극복할 하나의 기회로 생각했다. 그러나 별로 이야기를 잘 하는 것 같지 않은데도 창녕국교 나온 급우 몇이는 단상에만 서면 급우들이 모두 좋아했고 그 들의 익살에 웃고 즐거워 했지만 말 주변머리 없는 내가 교단에 올라 말을 더듬거리며 이야기를 하노라면 모두가 잠을 자거나 제 멋대로 떠들거나 하면서 나의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다가 급기야는 "야~~ 잠온다 내려와라" 하는 야유가 터져 나와 나를 완전 비참하게 단상에서 끌어 내리곤 했다,
그 당시 부민동 누나(막내누나)가 마을에서 책을 하나 빌려와 읽고 있었다. 검은 별이라고 아주 두터운 지금 생각하면 의로운 일을 하는 도둑 내지는 수퍼맨 황금박쥐나 거미인간 등의 어린이들이 좋아하는 탐정 영웅 소설이었는데 내가 슬쩍 읽어보니 하도 재미가 있어 "누나 이 책 내가 다 읽고 돌려 주면 안돼?" "그 책 옥이한테서 빌려온 것이니까 옥이한테 다 읽고 준다고 그래라"
옥이는 우리마을 부민동 누나 또래의 마을 누나였는데 내가 찾아가서 검은별 내가 다 읽고 돌려 주겠다니까 옥이 누나는
" 그 책 내것이 아니고 점순이 건데 다 읽고 점순이 한테 갖다 주거라" 하는 것이었다.
점순이는 우리앞집 내보다 두해 선배로서 예숙이 선배와 더불어 우리마을 최초로 여고를 나온 재원이었는데 난 그때 잔발잔(래미제라불)을 손점순 선배한테서 빌려 본 전적이 있어 자연스럽게 검은별도 빌려 보게된 샘이 되었다.
난 그 검은별 이야기를 학교에 가서 자습시간에 해 보기로 했다.
"검은별은 경찰에 쫓겨 막다른 골목에 몰렸다. 이제 경찰은 쾌재를 부르면서 독안에 든 검은별을 향하여 권총을 겨누고는 두손을 들고 순순히 나오라고 외치면서 검은별을 향하여 한걸음 두걸음 다가 가고 있었다"
재미없다고 또 "야~~ 잠온다 내려와라" 하는 야유가 터져 나올까봐 조마 조마하면서
급우들에게 재미있게 보이도록 내가 손가락을 권총 모양으로 만들어 겨누고는 교단위를 한걸음 두걸음 걸어나가자
떠들고 소음으로 아수라장이던 자습시간은 갑자기 조용해 지는 이상한 현상이 일어나면서 80명의 급우들 초롱초롱한 눈동자가 권총 모양으로 겨눈 나의 손끝을 뚫어져라 주시하는 데.....??. 우와~~ 시청율 100프로의 초 인기 방송인이 된 이 기분 .....ㅋㅋ
나는 신이나서
"그러나 검은별은 경찰은 아랑곳 없이 막다른 골목안 전화박스 뒤 어둠속에서 무엇이 우스운지 퀵퀵거리며 훔쳐온 장물들을 호수머니속에 정리하고 있더니 곧 조용해 지는 것이었다. 이 때다 하고 여러명 경찰이 전화박스 뒤쪽을 한꺼번에 덮쳤는데...... 근데 쭈구리고 앉아 있어야 할 검은별은 흔적도 없이 사라져 버리고 막다른 골목길은 텅 비어 있는 것이었다.
이론~~ 황당한 경찰은 후랏쉬을 비추며 구석 구석을 뒤적이다 보니 바닥에 맨홀두껑이 보이는 것이었고 결국 검은별은 자기를 에워싸고 있던 경찰을 비웃으며 맨홀을 통하여 유유히 지하로 잠적해 버린 것이었다."
내가 검은별 이야기를 하는 동안 우리반 80명의 급우들은 자는 사람하나 없이 고요해 졌고 자습시간이 되었다하면 급우들은 검은별 다음이야기를 해 달라고 조르는 바람에 자습 시간의 교단은 아무도 올라갈 수 없는 나의 전유물이 되어갔다.
창녕중학교에서 우리집 까지는 십릿길 이었고 걸어서 등교했는데 주로 곰터 고개를 넘는, 차가 다니는 신작로로 등교했지만 가끔은 명덕 저수지 둑을 따라 가야국 왕무덤들이 저멀리 보이는 이문재 고개를 넘어 들판을 가로지르는 오솔길로 등하교를 하기도 했다. 하루는 늘 이문재 고개를 넘어 등하교를 하는 초교동창 문무열이를 따라 들판길로 하교를 하는데 길옆 양지바른 무덤가에서 쉬어가는 중에 늘 오솔길로 같이 하교하는 후배(?)들이 문무열 급우 한테 어제 하던 이야기를 계속 해달라고 보채자 문 무열 급우가 열심히 후배들한테 그날 내가 자습시간에 들려줬던 검은별 이야기를 해주는 것이었다.
그랬던 것이었다. 자습시간에 급우들에게 내가 해주는 이야기가 얼마나 인기가 있었으면 이렇게 지방 방속국에서도 중계가 이어져 가고 있는 것이었으니 나는 어머니가 마을의 어머니 친구들과 우리들에게 들려 주기 위하여 어디서 이야기 책이 보였다 하면 한사코 빌려와 읽었던 것처럼 자습시간에 급우들 한테 들려줄 이야기 거리를 찾아서 어디서 동화책을 봤다 하면 어떻게든 빌려 볼려고 애를 썼고 (당시 창녕에는 도서관이 없었고 자녀들 읽어라고 동화책 전집을 사 주는 가정이 거의 없던, 가난한 시절이었다.)
그 빌려서 읽은 동화책 이야기들을 내가 자습시간에 교단에 올라 급우들에게 들려 주는 쪽쪽 대히트를 쳐서 1학년 A반 자습시간은 최인순이가 다 장악했더란 이야기가 선생님들 입소문을 통하여 교내에 퍼져 가고 있었다. 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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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1학년 자습시간의 나의 체험은
어머니의 재능을 물려받아 꽃피울 소중한 기회가 되었다.
그후 난 남앞에 나서는데 대한 거부감이 많이 없어졌을 뿐만 아니라 남 앞에 나서는 것을 즐기게 되었고
블로그를 넘어서
인터넷 방송국을 해 보고싶은 꿈을 갖는 원동력이 되었다.
중학교 입학식이 끝나고 반편성이 되자
나의 단짝 이점석 등, A반 급우들은 나 보고 급장(반장)을 맡아라 했는 데
남앞에 나서기를 꺼리는 내가 사양을 하자
대신 나의 고암국민학교 2년 선배이던 노화열 급우가 A반 급장을 맡았고
그 여세로 노화열 급우는 중학교 3년 내내 우리학년 총 대대급장을 지낸 것으로 기억되고
창녕국민학교 출신이면서도 중학교 3년 내내 나와 한반이 되었던
이점석 급우는 사업가가되어
대구에서 나와 다시 만나서는
대구의 우리 고향친구들에게 멋들어진 묻지마 관광의 추억을 만들어 주었다.
(5월에, 친구들과 떠난 묻지마 관광기........총무 점태 역)
나이가 한살 어리면서도 총명하던 김인 급우가
우리 A반 뿐만 아니라 ....영어를 유창하게 잘 하던 것으로 기억되는 데
SDS 사장을 거처 삼성 라이온스 사장까지 역임한 것을 볼때 그 때 이미 국제통의 싹이 보였던 것 같고
알아주는 창녕 유지들 .......^^
화왕산장을 건설한 아미사의 하도암 급우와
창녕군 재력가로 도의원을 지낸 이장사 급우도 우리 1힉년 A반 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자습시간에
별로 말을 잘못하던 나의 이야기를 끝까지 재미있게 들어준
당시 1학년 A반 급우들아 고맙다.
그 득분으로
해병하사 시절
대대병력을 연병장에 모아놓고
단상에 올라
쫄병하사 주제에도
1시간이나 썰을 풀 정도가 되었지 뭐니?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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